
추석 연휴 기간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없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8일 열린 브리핑에서 “중증·응급의료 여건이 좋지 않았고 의료인력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들의 적극적인 진료 참여, 응급의료 현장 의사·간호사·직원들의 헌신과 노력, 더 필요한 사람에게 응급실 이용을 양보하는 시민의식 덕분에 연휴 기간 응급의료체계가 중증환자 중심으로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문 연 병원 늘어나고 응급실 경증환자 줄어들어
이에 따르면 다른 명절 연휴와 비교해서 문을 연 의료기관은 증가했고 응급실 내원 환자는 경증환자 중심으로 감소했다. 추석 당일인 9월 17일에 문을 연 의료기관은 2223곳에 달했다. 2024년 설 당일, 2023년 추석 당일과 비교하면 약 600곳 늘어났다. 추석 당일인 9월 17일까지 연휴 기간 일평균 9781곳의 의료기관이 문을 열었다. 2023년 추석 연휴 기간 5020곳에 비해 95% 많았고 설 연휴 기간 3666곳에 비해 167% 많았다.
전국 411개의 응급실 중 세 곳을 제외한 408개 응급실은 연휴 동안 매일 24시간 운영됐다. 건국대 충주병원과 용인 명주병원 등 응급실이 운영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지역 내 의료원과 병·의원의 협조로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됐다.
추석 연휴 중 9월 17일까지 응급실 내원 환자는 일평균 2만 7505명이었다. 2023년 추석 3만 9911명, 2024년 설 3만 6996명에 비해 20% 이상 줄어든 것이다. 특히 응급실에 내원한 중증환자 수는 2023년 추석과 2024년 설에 비하면 조금 감소한 데 반해 경증환자는 30% 이상 줄어들었다. 조 장관은 브리핑에서 “국민들이 경증일 때 응급실 이용을 자제한 덕분에 응급의료 현장이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 해결하는 것이 의료개혁의 목적
조 장관은 브리핑에서 연휴 기간 일부 응급의료 사례에 한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았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서 설명했다. 9월 14일 충북 청주시에서 25주 임신부가 양수 유출로 응급실을 찾았으나 75개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 조 장관은 “25주 이내 조기분만은 고위험분만에 해당하는 시술로 전국적으로 진료와 신생아에 대한 보호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며 “정부는 평시에도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진료센터 20곳을 운영 중이었다”고 말했다.
9월 15일 광주광역시에서 손가락 절단 환자가 광주 소재 의료기관 4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해 전북 전주시로 이송돼 접합수술을 받았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조 장관은 “손가락 등이 절단됐을 때 시행되는 수술은 전국 총 5개의 수지접합 전문병원을 포함해 일부 병원에서만 진료 가능한 전문 분야”라며 “수지접합수술은 평시에도 인근 종합병원보다는 시·도를 넘어 수술이 가능한 전문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즉 고위험분만과 신생아보호, 수지접합수술과 같은 필수의료 부족 문제는 전공의 이탈로 인해 새롭게 발행한 문제가 아니라 이전에도 있었던 문제라는 것이다. 조 장관은 “이와 같은 필수·지역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의료개혁은 그동안 누적돼온 우리 의료체계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국민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적시에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며 “의료계가 의료개혁의 핵심 파트너가 돼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어린이병원 찾은 윤 대통령

“필수의료 핵심 소아의료에 지원·투자 아끼지 않아야”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9월 18일 서울 성북구 우리아이들병원을 방문해 의료현장을 살피고 의료진의 노고를 격려했다. 성북 우리아이들병원은 구로 우리아이들병원과 함께 전국에서 두 개뿐인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이다. 윤 대통령이 대형병원 내 어린이병원이 아닌 지역 어린이병원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정성관 이사장의 안내에 따라 외래 진료구역과 주사실, 임상병리실 등을 돌아보며 의료진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고생이 많다”, “명절 때 아이가 아프면 걱정이 큰데 이번 연휴에도 아픈 아이들을 위해 애써줘서 감사하다”, “의료진 덕분에 부모들이 안심할 것”이라며 의료진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병동에도 들러 입원 중인 환자와 보호자를 만났다. 입원 중인 6세 아이에게는 “송편은 먹었냐”고 물으며 “할아버지가 싸올 걸 그랬다”고 말했고 22개월 아이를 살펴보고는 의료진에게 “치료를 잘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진료를 기다리던 환자와 보호자의 셀카 요청에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정 이사장에게 “정부가 더 많이 지원하고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하고 “정부가 어떤 점을 도와주면 좋을지 잘 상의해달라”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날 오전에도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며 “필수의료의 핵심인 소아의료에도 필요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의 어려움과 불편이 없진 않았지만 밤낮없이 의료현장을 지켜주신 의료진, 환자 이송에 애써주신 구급대원 여러분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연휴 기간 응급의료 상황을 평가하며 “의료기관들의 적극적인 진료 참여와 의료진 종사자의 헌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병원 응급실 방문을 자제하며 불편을 감내해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