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하라법
“드디어 통과, 만세!!”
아이돌 그룹 카라의 멤버였던 고 구하라 씨의 친오빠 구호인 씨는 누리소통망 인스타그램에 게시글을 올리고 민법 개정안(일명 ‘구하라법’) 국회 통과에 환호했다. ‘구하라법’은 양육의무를 저버리거나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한 부모는 자녀 사망 시 상속을 제한하는 법이다.
8월 28일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상속권 상실선고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2019년 구하라 씨가 사망한 이듬해 친오빠 구호인 씨가 입법 청원을 하면서 ‘구하라법’으로 불리게 됐다.
입법 청원은 당시 구 씨 친모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시작됐다. 구하라가 9세일 때 남매를 떠난 뒤 20년간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구하라의 사망 소식에 재산상속을 요구하며 나타난 것이다. 구 씨의 친모는 법적으로 상속재산의 50%를 받을 수 있었다.
이에 구 씨는 친모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부모로서 부양의무를 하지 않은 친모에게 상속재산이 가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이었다. 동시에 향후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구하라법 입법 청원을 진행했다.
그러나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구 씨의 청원은 10만 명 동의를 얻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졌고 20·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이런저런 국회 사정으로 발이 묶이면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리고 청원 4년여 만인 22대 국회에 이르러서야 재석 286명 중 찬성 284명, 기권 2명으로 법안이 통과되면서 결실을 맺었다.
이번에 국회 문턱을 넘은 민법 개정안은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학대 등 중대한 범죄행위, 또는 그 밖에 자녀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를 ‘상속권 상실’이 가능한 조건으로 적시했다. 개정안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다만 위헌 결정일인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도 확대 적용되도록 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 배경에 대해 “고 구하라 씨를 비롯해 천안함·세월호·대양호 사건과 같은 각종 재난재해 이후 자녀를 부양하지 않은 부모가 재산의 상속을 주장하는 등 국민 정서상 상속을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해 사회적인 논란이 지속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번 개정안의 통과로 향후 부양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한 유족들이 상속재산을 온전히 물려받고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는 상속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임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