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선 씨가 <공감> 인터뷰에 앞서 덕수궁길에서 포즈를 취했다.
배달 라이더 이병선 씨
이병선(39) 씨는 100cc 스쿠터를 타고 서울 곳곳을 누비는 배달 라이더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시작한 배달 일을 20년째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건 아니다. 서울 4년제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잠시 취업도 해봤다. 하지만 그에게는 하루 종일 근무하는 직장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배달 일이 더 재미있었다. 그렇게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 배달 라이더를 천직으로 선택한 이병선 씨. 사회의 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고 싶어 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들과 다른 삶을 선택하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나만의 특별한 길을 걸을 것인가!’ 20년 전, 이병선 씨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또래의 친구들이 하지 않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부모님을 도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자유로운 삶이 주는 행복에 흠뻑 젖어 일반 사람들이 추구하는 길을 선택하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을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어 서울과학기술대학교(구 서울산업대) 산업공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대학 강의는 무료했고 캠퍼스의 낭만도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저는 대학을 다니면서도 계속 시간만 나면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솔직히 학교 수업이나 친구들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스쿠터를 타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게 훨씬 재밌었거든요. 겨우 대학 졸업장은 받았지만 제게 큰 의미가 없었어요. 남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저에게는 맞지 않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삼촌의 소개로 작은 회사에 취직도 했었다. 하지만 3개월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재미없고 지루하다. 여기서 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였다. 그 뒤로는 취업을 위해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대신 배달 아르바이트를 다양하게 늘렸다. 이후 맥도날드, 피자헛, 치킨 가게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본격적인 배달 라이더로서 삶을 살기 시작했다.
“배달 라이더를 하면서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배달 라이더는 일하는 시간이 자유롭고,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도 아니었으며 일하는 만큼 돈도 벌 수 있었어요. 삶이 무척 행복했고 불편함이 하나도 없었죠.”
그렇다고 돈을 벌기 위해 힘들게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지도 않았다. 배달을 하면서 충분히 자신의 삶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수입이 들어오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을 찾아다녔다.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은 아니었어요. 돈은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면서 살았어요. 그냥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기타 학원도 다녀보고 사주, 역학 공부도 해봤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고전을 접하게 됐는데 그 분야에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처음에는 한문으로 돼 있는 고전 책이 낯설고 어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세미나와 강의를 찾아 들었고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인문의역학연구소 ‘감이당’에서 정기적으로 동양고전을 원문으로 접하면서 공부했고 이후 맹자와 논어 등도 원문으로 독파하기 시작했다.
“제가 살면서 재미를 느꼈던 첫 번째는 ‘배달’이었고 두 번째는 ‘고전’이었어요. 한문으로 된 고전을 읽으면 이상하게 빠져들고 재미있더라고요.”
▶이병선 씨가 쓴 책 <나는 고전 읽는 배달라이더다>
“나 위해 자유롭고 행복한 삶 살고 싶어”
이 씨는 고전을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에 지원했다. 논어와 맹자를 원문으로 공부한 후, 한문으로 된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면서 3년 동안 번역원 교육을 수료했다. 보통 젊은 친구들은 거의 관심이 없는 한문 가득한 논어와 맹자 등 고전을 공부하는 게 뭐가 그리 좋았을까?
“고전을 읽다 보면 옛 성현들의 지혜와 생각을 접할 수 있다는 게 무척 좋았어요. 그런 지혜를 현재 삶에 적용해보는 게 삶의 낙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 논어와 맹자를 일상생활 속에 적용하면서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 분량이 모아지면서 지인의 권유로 책을 발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나온 책이 <나는 고전 읽는 배달라이더다>(미다스북스. 2020.10)였다.
원고를 쓰는 데 1년이 걸렸고 출판사에서 탈고하는 데 반년이 더 걸렸다. 그렇게 처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이 발간됐을 때는 너무 신나서 주위에 자랑도 많이 하고 책을 사서 선물하기도 했다. 그가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고전을 배우고 성현들의 지혜를 배우면서 사람들에게 그 지혜를 알려주고 싶었고 그걸 느껴보길 원했어요. 배달 라이더로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배달하지만 제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고전’을 배달하고 싶었어요.”
이 씨는 지금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두 번째 책에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 <시경>을 자신이 겪었던 사랑과 연애의 이야기로 엮어 발간할 예정이다.
“시경을 읽다 보면 상사병에 걸렸을 때, 재회해서 행복해할 때, 연인을 원망할 때 등 시들이 나오는데 제가 연애할 때 겪었던 감정과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더욱 시에 동화될 수밖에 없었고 제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죠. 그래서 사랑을 하는 모든 사람이 <시경>을 접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책으로 내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제 결혼을 고민하고 있는 이 씨. 가정을 이루는 것을 계획하다 보니 이제는 ‘혼자 살 때처럼 자유롭게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가지게 됐다. 이에 단순한 행복을 추구하던 전과는 조금 다른 삶의 방향도 생각 중이다.
“저는 제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부족한 게 없었는데 결혼을 생각하다 보니 사회에서 좀 더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배달과 고전을 통해 더 발전적으로 살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는 중이에요. 저와 미래 가족들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꼭 찾고 싶어요.”
글 김민주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배달 라이더 이병선 씨가 그의 스쿠터를 타고 서울 중구 서소문동 덕수궁길을 달리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 고용보험료 80% 돌려 받는다
근로복지공단은 퀵서비스기사와 대리운전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와 그 사업주가 납부한 고용보험료에 대한 두루누리 지원금을 4월 29일 첫 지급했다고 밝혔다.
월보수 200만 원인 배달원(라이더)의 경우 월 고용보험료 1만 4000원의 80%에 해당하는 1만 1200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은 근로자 1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월보수 230만 원 미만 저소득 플랫폼 종사자와 그 사업주이며 종사자별로 최대 36개월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두루누리 지원사업은 소규모 사업장의 저소득 근로자·예술인·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및 사업주가 부담하는 고용보험료의 80%를 지원함으로써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고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사업이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라이더 등 퀵서비스 기사와 대리운전 기사에게 고용보험을 적용 확대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두루누리 지원도 늘렸다.
다만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플랫폼 종사자와 사업주로부터 보험료를 원천징수해 대신 납부하는 특수성을 고려해 직접 지원 방식에 따라 플랫폼 종사자와 사업주가 신청한 계좌로 각각 직접 지급한다.
보험료 지원을 받고자 하는 플랫폼 종사자와 사업주는 근로복지공단 관할 특고센터로 각각 보험료 지원 신청을 해야 하며 신청은 서면 또는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total.comwel.or.kr)를 활용한 전자 신청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 3월부터 휴대전화 배달앱을 주로 사용하는 퀵서비스·대리운전 기사의 편의 제공을 위해 간편 모바일 신청 서비스를 개시했다.
근로복지공단 정책 담당자는 “플랫폼 종사자 고용보험 적용 확대에 따른 누락 없는 고용안전망 제공을 위해서는 가입에 따른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두루누리 지원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플랫폼 종사자와 사업주가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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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