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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없는 성장과 심화되는 양극화 극복을 위해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기업의 평생학습체제 구축을 통한 질적 구조조정을 제시한다. ‘4조 2교대’라는 독특한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회사의 경쟁력 향상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문 사장은 ‘사람중심경영’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방향에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각종 정책과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런 가운데 ‘근무체제 개편’과 ‘평생학습체제 구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증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룬 유한킴벌리의 성공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이 같은 성공은 노사간 상생 모델로도 주목받는 ‘사람중심’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람입국신경쟁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며, 지식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선언하고 그쪽으로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문 사장은 “(기업들이) 초과근로 문제를 해소하고 평생학습체제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코리아플러스>는 지난 1월24일 오후 문 사장을 서울 대치동 유한킴벌리 본사에서 만나 국가적 이슈로 주목받는 ‘일자리 창출’ 문제를 비롯해 한국경제가 처한 제반 문제에 대한 해법을 들어보았다.
[B]“사람이 국정운영의 중심가치 돼야”[/B]
-유한킴벌리는 국내에서 정도경영을 펼쳐온 대표적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 사장께서 평소 생각하는 기업상은 어떤 것입니까?
“유한킴벌리는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경영철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기업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하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창조적인 일을 해냄으로써 다른 사람의 행복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기업의 역할을 너무 협소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 사장께서는 사원에서 시작해 최고경영자 자리에까지 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경험이 기업 경영에는 어떤 도움을 주던가요?
“1970년대 중반 전산실장으로서 정보화와 끊임없는 혁신을 목도했습니다. 그 결과 평생학습의 중요성과 재설계를 통한 공정 업그레이드의 중요성, 정보화의 장단점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경쟁력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윤리경영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윤리경영과 기업경쟁력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선진국에서는 윤리경영을 기업경쟁력의 원천이자 지속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여깁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윤리경영을 하면 혹시 나만 힘들거나 손해보는 것 아니냐는 식의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윤리경영은 내외부적 통합 효과가 있어요. 내부적으로는 투명성이 종업원의 사기를 올려주고 임직원 간 역할분담이 믿음 속에서 이루어져 결국 매슬로가 말한 5대 욕구설 중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달성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 외부적으로는 윤리경영을 통해 신뢰가 구축되면 광고나 로비를 통한 판촉비용도 줄게 되고, 그만큼 원가가 낮아져 시장경쟁력도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죠.”
-유한킴벌리는 환경경영의 대표기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환경경영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요?
“윤리경영이 사회적 책임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면, 물과 공기, 토지를 이용하며 환경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기업이 환경을 돌봐야 한다는 것이 바로 환경경영입니다. 환경경영은 곧 자원을 덜 쓴다는 것이고, 이는 원가를 낮춰 경쟁력과 경제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사후관리도 중요하지만 원천적으로 자원을 덜 쓰는 설계나 기술개발을 통해 자원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환경경영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디지털 기술은 과거 수많은 단계를 거쳐 처리해야 할 작업공정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요 자원을 줄여줍니다.”
-최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입니다. 이와 반대로 한쪽에서는 여전히 인력감축이라는 양적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입니다만….
“우선 지난 40년 동안 써온 산업발전 전략이나 금융정책을 통해 양적 구조조정에 매달린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난 것은 국민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돼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합니다. 노동의 질이 높지 않은 영세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근로자는 소득이 낮고 교육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소득이 줄면 소비가 줄고, 결국 내수경기 침체를 불러오죠. 내수경기가 침체하면 기업들은 다시 인력을 줄이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결국 양적 구조조정이 가져다주는 침체의 덫에서 빠져 헤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이 필요해 양적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결국 양적 구조조정은 침체의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소위 3C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협력(Collaboration), 역량(Capability), 품성(Character)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와 민간, 중앙과 지방, 한국과 주변국가 등 양자가 얼마나 더 잘 협력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다음으로 개인이든 국가든 역량 개발과 혁신을 위해서는 평생학습체제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윤리성, 투명성, 책임성이라는 품성을 길러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양적 구조조정이 아닌 이 세 가지를 우선시하는 질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이죠.”
-고용과 성장이 함께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과로 체제’를 해소하고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인간중심’의 건강한 체제로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 44시간 이상 72시간까지 일하는 과로 근로자가 900만 명에 육박하는데, 이들이 주 40시간 체제에만 확실히 들어오면 210만 명 정도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
-평소 주창하시는 평생학습체제를 갖추는 것 역시 고용 없는 성장을 극복하는 하나의 해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25세부터 65세까지의 학습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고도지식사회에서는 평생학습을 위한 예비인력 비율이 25%에 달하지만 우리의 경우 최소한 10%는 돼야 합니다. 10%의 예비인력을 두어 학습체제를 가져가고 그 비용은 국가와 기업이 부담한다면 이때 100만 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전문 서비스 업종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해법입니다. 디자인, 엔지니어링, 교육, 특허, 의료 서비스 등 외국에 많이 의존하는 무형의 지식서비스산업을 국산화하면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사회적, 환경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보육지원, 노인복지, 환경보존, 농촌지원, 심리도우미 등 사회적 일자리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선진국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해외시장에 좀더 많은 전문인력이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양적 구조조정의 덫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인데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사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양적 구조조정이 순간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인력이 줄면 비용이 줄게 되고 이익이 많이 발생해 남은 사람들에게 월급도 더 많이 지급하고 자신도 스톡옵션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죠. 지난 7년간 그렇게 해왔고요. 그런데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양극화 현상은 심화하고 환율 등에 힘입어 수출하는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히고 대다수 중소기업 등에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됐습니다. 이와 같은 양극화와 침체의 덫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바로 ‘사회적 협약’이 필요합니다. 미국, 영국, 핀란드, 네덜란드 등 많은 선진국 기업들이 위기 때 사회적 협약에 의해 일자리를 늘렸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양적 구조조정에만 매달리는 기업인은 사회적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B]“평생학습 위한 예비인력 비율 최소 10% 이상 필요”[/B]
-유한킴벌리는 IMF 위기 직전부터 4조 2교대 근무를 도입해 해고를 최소화했습니다. 이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4개 조가 교대근무하는 방식으로 2개 조가 하루에 12시간씩 근무하는 동안 다른 2개 조는 쉬거나 교육을 받는 근무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4조 2교대 근무를 하는 직원은 1년 동안 기본으로 180일을 근무하고 185일은 쉬게 됩니다. 다만 쉬는 도중 네번째 날에는 학습을 위해 회사부담으로 교육을 받게 됩니다. 필요할 때는 휴무일을 반납하고 추가교육을 받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전 직원들이 ‘학습=근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기능직 직원을 대상으로 평생학습 과정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성과에 따라 추가 수당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직무교육 말고도 다기능교육, 경제, 교양, 정보화교육, 영어회화교육 등 연간 300시간 내외의 교육이 이뤄지며 영업, 관리직도 예비조를 두고 지속적 학습체계를 운영해 가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 어떻게 4조 2교대제를 시행하게 됐습니까? 노조의 반대는 없었습니까?
“세계적 동향에 관심을 가지고 이미 1994년부터 경영혁신 차원에서 신규공장을 중심으로 4조 2교대 근무를 실시해 성공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신규 공장에서는 직원을 채용할 때 미리 주 42시간 이상 일하지 말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기존 공장에서는 1998년 신제도를 도입할 당시, 익숙하지만 작고 낡은 기계를 버리고 크고 새로운 기계로 전환배치되는 과정에서 주로 나이가 많은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노조에서도 걱정이 심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업장에서 효과가 빨리 나타나기도 했고 IMF 전에 위기감이 높아 실제로는 오히려 쉽게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
-4조 2교대 시스템은 어떤 효과를 냈습니까?
“우선 깊이 있는 교육이 가능해져 제품의 품질이 향상되고 불량률이 감소하는 등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또 기계를 24시간 가동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것만으로도 인건비를 상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사고가 크게 줄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산재로 인해 연간 12조4,000억 원 정도의 경제적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는 노사분규로 발생하는 피해액인 2조4,000억 원의 5배에 달합니다. 아울러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꾸준히 학습하다 보니 창조적이고 유연한 역량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근로자들이 회사와 지역사회에서 주인의식을 갖게 된 것도 큰 소득인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에도 이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업종별 통합교육 시스템이 생긴다든가 대기업이 협력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20~30개 내지 200~300개를 묶어 동반성장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SCM(Supply Chain Management) 운동이라고 합니다. 현재 이를 가장 잘하는 기업이 바로 도요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한킴벌리를 비롯해 삼성, 포스코 등이 선도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노동연구원 부설 기관인 ‘뉴패러다임센터’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러한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중소기업과 지방대학 간의 협력체제를 만들면서 쉽게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고, 현재까지는 100% 성공하고 있습니다.”
[B]“중국, 인도와 경쟁 아닌 상생해야 ”[/B]
-평소 문 사장께서는 동반성장을 많이 강조하셨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했는데 유한킴벌리는 비정규직 문제가 없습니까?
“우리는 비정규직 사원이 거의 없습니다. 비정규직을 최소화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선 비정규직은 주인의식도 적을 뿐더러 지속적인 교육이 불가능합니다. 선진국의 경우 비정규직은 출산, 여행이나 여성, 노인 등 특별한 사안이나 대상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역할하는 것인데, 요즘처럼 단기적 자기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한다거나 대규모로 양적 구조조정을 하는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세계적 석학인 피터 드러커 교수를 만나셨지요? 어떤 대화를 나누셨나요?
“평생학습을 통한 지식근로자의 육성과 중국 등과 동반성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그분은 평생학습제도의 적극 도입을 권하면서 한국이 정보화와 디지털 혁명에서 성공한다면 실질적인 경제대국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 대해서는 협력과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한 해 반기업정서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과거에 비해 반기업정서는 현저히 줄었다고 생각합니다. 반기업정서가 아닌 반부패정서가 존재한다고 봐야죠. 또 기업인은 이제 열등감을 버려야 합니다. 비록 지난 40여 년 동안 성장위주 정책으로 인해 양극화 문제와 환경문제 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기업은 국부를 축적하고 우리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리는 데 적지않게 기여한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이제 기업이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선진국의 앞선 기업들 처럼 잘해 낸다면 국민은 기업과 기업인을 더욱 존경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 기업 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경기침체로 힘겨워 하는 국민에게 한마디 해주십시오.
“이제 우리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의 고성장에 지속적으로 편승할 수 있는 신성장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동반성장의 기회는 길어야 10년 내외입니다. 이 기간에 우리가 어떤 협력체제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것입니다. 지난 IMF 위기 때 ‘금 모으기’로 세계를 놀라게 했듯 이제는 ‘범국민 마음 모으기’를 통해 양극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할 때인 것 같습니다. 시민사회, 노동계, 기업, 정부와 소외된 여러계층이 사화협약을 이룰 수 있도록 언론에서도 힘을 모아 주셨으면 합니다." [RIGHT]고성표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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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