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지난 1월 기온은 -20℃에 이를 만큼 맹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2020년 여름은 100년 만의 폭염이 전국을 찜통더위로 만들더니 2022년 여름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내린 집중호우로 피해가 잇따랐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현상이다. 봄철이면 찾아오는 불청객 미세먼지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상 풍속 감소와 대기 안정화 탓에 한반도 상공에 갇혀 심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구 반대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동부의 겨울은 영상 기온에 겨울 외투를 벗어던질 정도지만 북부·서부에서는 눈보라를 동반한 기록적인 추위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스위스 알프스에서는 때 아닌 ‘겨울 더위’로 문 닫는 스키장도 속속 생겨났다. 이제 기후변화는 모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코앞에 다가왔다.
탄소중립·녹색성장은 윤석열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전 세계적 문제 중 하나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 적용,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확대,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와 같은 인센티브 강화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4억 3660만 톤)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최초 기후변화 대응 민간전문기구인 기후변화센터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전개하고 있다. 2008년 설립된 이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정책 연구와 제언을 해온 참여형 싱크탱크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주축으로 소통 플랫폼 ‘클리마투스 컬리지’를 운영하고 자발적 탄소시장 플랫폼 ‘아오라(AORA)’를 론칭했다. 개발도상국 협력 사업으로 ‘쿡스토브’ 등을 지원하는가 하면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과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기후변화센터 유영숙 이사장은 연구자 출신으로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민·관·학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접해온 유 이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든 구성원의 의지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당면한 문제로 정부나 기업, 개인 각자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는 기후변화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나부터 작은 희생을 각오하면서 기꺼이 불편해야 한다”며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갔다.

지난 겨울 수온계가 –20℃를 가리킬 정도로 추웠다. 기후변화 때문일까?
지구에 들어온 태양열이 지구를 덥히고 남는 열은 우주로 빠져나가야 한다. 그런데 온실가스가 지구를 막 형태로 싸고 있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한 채 지구를 다시 덥히고 있다. 지구온난화다. 올겨울이 유독 추웠던 것은 지구 10㎞ 상공에 있는 제트기류가 열을 분산시켜 북극발 한파가 집중된 영향이다. 어떤 곳은 겨울에도 따뜻하고 여름은 갈수록 더워지고 종종 집중호우나 가뭄도 생기는데 기후변화 탓이 크다.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탄소중립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다면?
탄소중립이 나온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UNFCCC) 회의에서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2021년부터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신기후체제를 시작하기로 한 건데 19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2℃까지, 가능한 1.5℃까지 제한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137개국이 2050년까지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1997년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교토의정서를 채택한 바 있는데 참여국들이 각국에서 비준을 받고 발효하기까지 7~8년이 걸린 반면 2015년 파리협약은 불과 11개월밖에 안 걸렸다. 그만큼 전 세계가 기후변화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는 방증이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줄여야 하나?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전 세계는 1인당 탄소 배출량을 2톤 이하로 줄여야 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12.7톤이었다. 전 세계 평균이 4.48톤인데 우리는 세계 평균의 3배 가까이 배출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집중된 영향도 있지만 개인도 화석연료 소비를 확 줄일 필요가 있다. 탄소 배출량을 12.7톤에서 2톤으로 줄이려면 전등 여섯 개 중 다섯 개는 끄고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무엇이 있나?
그동안 우리는 편안함에 너무 익숙해졌다. 가까운 거리도 차로 다니고 겨울에도 실내에서 반팔 옷을 입고 지내는 경우가 많지 않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작은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기꺼이 불편해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친환경 소비를 생활화해야 한다. 정부는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에 재직할 때 ‘그린크레딧카드’를 제작한 적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정에서 전기·가스·수도 사용량을 줄이거나 친환경 제품을 해당 카드로 구입하면 포인트를 주는 인센티브 제도다. 카드 출시 6개월 만에 67만 장을 발급할 만큼 효과를 거뒀다. 이밖에 국민의 아이디어를 직접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이 우리나라만의 과제는 아닐 텐데.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출발선이 늦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했던 시기가 유럽연합은 1990년, 미국·캐나다는 2007년, 일본은 2013년이었다. 한국은 2018년이다. 2050년까지 23년 남았는데 상대적으로 더 짧은 기간 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줄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다행인 건 국민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2022년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 1위가 ‘기후변화’였다고 한다. 2위를 차지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보다 많이 검색한 것이다. 기후변화센터에서도 2021년 인식조사를 했는데 86.3%가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실천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홍보는 더 필요해 보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유독 높다.
2030세대는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살아갈 주요 세대다. 직접 참여하고 행동함으로써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체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센터는 ▲센터 서포터스이자 환경 활동가인 ‘유세이버스’ ▲교육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캠페인을 펼치는 ‘클리마투스 컬리지’ ▲대학 내 폐기물 관리 현황·실천 등을 파악하는 ‘스쿨어택 프로젝트’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를 보며 이들이 기후변화를 정말 심각하게 여기는 것을 실감한다.
기후변화센터에서 배출권 거래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일정 규모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기관 약 600개에 배출권 거래제를 적용한다.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 기반해 해당 기업·기관의 특성을 고려한 배출량을 정하는데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GIR)에서 탄소배출 측정·보고·검증(MRV) 과정을 거친다. 배출권 거래제는 정해진 양보다 많이 배출하거나 남는 양이 있다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후변화센터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기업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땔감 이용량이 많은 미얀마에 고효율 취사도구 ‘쿡스토브’를 보급하는 사업도 그 일환이다. 미얀마 국민들의 보건 안전을 보장할 뿐 아니라 온실가스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얻은 배출권을 쿡스토브 사업에 투자한 기업에 돌려주는 것이다. 다만 해외 정부와 밀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해 양자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국가 차원에서 해외 감축분을 확보하는 방안도 시급하다.
이밖에도 기후변화센터에서 공론화를 위해 노력하는 분야가 있다면?
2022년만 해도 RE100(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메탄, 폐냉매, 폐자원에너지,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저탄소도시 등 다양한 정책 이슈를 선도했다. 특히 이산화탄소(CO2) 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차지하는 비이산화탄소(Non-CO2) 저감에 대한 인식 제고와 국내 냉매 소비 관리, 폐냉매에 관한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그 결과 ‘오존층보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의결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업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메탄 역시 강력한 온실가스에 해당한다. 양은 적지만 지구온난화 지수가 이산화탄소의 80배가 넘는 온난화의 주범이다. 메탄 감축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도 전략적 공론화를 진행했다.
기후변화센터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역량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희망을 본다. 우리는 자원 빈국임에도 이만큼의 경제발전을 이뤘고 이제는 경제 선진국으로서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 새로운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이 탁월하니 잘할 것이다. 탄소중립 정책도 잘 시행하고 있다. 다만 선진국 정책을 따라가기보다 기술 개발 투자 등으로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가야 한다. 기업만 노력해선 결코 안된다. 시민사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선수현 기자
박스기사
봄철 초미세먼지 비상
정부 총력 대응 나선다
지구온난화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지구가 따뜻해질수록 극지방 빙하가 녹으면서 유라시아 대륙과 온도 차이가 줄어든다. 유라시아 대륙의 풍속은 감소하고 바람이 약해진 만큼 대기 정체를 유발해 고농도 미세먼지 빈도가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3월은 연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고 ‘나쁨’ 일수도 제일 많은 때다.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전망된 2023년은 미세먼지가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는 2월 24일 ‘초미세먼지 봄철 총력대응방안’을 확정하고 3월 31일까지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겨울철 가동을 멈춘 석탄화력발전소(공공) 발전기는 기존 8~14기에서 17~26기로 늘리고 36기까지는 출력을 80% 내로 제한한다. 또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사업장을 전담 관리할 방침이다.
영농단체와 합동으로 4월 30일까지 농촌지역의 영농 폐기물을 집중 수거하고 지방자치단체 합동점검단을 활용해 농촌지역의 불법소각을 집중 단속한다. 항만 미세먼지 관리를 위해 선박 연료 속에 포함된 황 함유량 단속을 강화하고 분진성 화물을 취급하는 부두의 날림먼지 발생 억제 상황을 점검한다.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 대상은 5등급에서 4등급으로 확대한다. 저소득층·소상공인 대상 보조금을 약 15만 원 수준에서 1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조기폐차 후 무공해차를 구매할 경우 지원 대상을 3.5톤 미만 모든 차량으로 확대한다.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될 때 행정·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사업장은 미세먼지 배출량을 추가로 10% 감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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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