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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6,000m급 심해 무인 잠수정이 개발됐다. 미국·일본·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다. 이로써 동해를 우리 기술로 탐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연구·개발 착수 3년 만에 심해 잠수정 개발에 성공한 한국해양연구원 이판묵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오는 11월이면 90%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한 무인 잠수정(ROV) ‘해미래’와 수중 진수 장치 ‘해누비’가 동해 탐사를 시작할 것입니다.”
최근 6,000m급 심해 무인 잠수정 개발에 성공한 이판묵(46)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커다란 연구 실적 앞에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뗀다. 심해 잠수정 건조를 오는 8월 완료할 예정이지만, 완전 실용화까지는 거쳐야 할 일이 남았다는 이야기다. 그는 “2007년 4월까지 시운전을 통해 소프트웨어 결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 연구소에서 부품 성능실험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와 큰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6,000m급 심해 잠수정 ‘해미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심해 잠수정 개발에 성공한 나라가 미국·일본·프랑스 등 세 나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닷속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잠수정은 일본이 개발한 탐사정 ‘가이코’. 가이코는 수심 1만1,000m까지 잠수 가능하다. 그러나 보통 ‘해미래’ 정도인 6,000m급 잠수정으로도 전 세계 바다의 98%는 탐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동해의 수심도 2,500m이며, 남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공해의 수심도 3,000m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심해 잠수정 개발에 뛰어든 것은 2001년 5월, 이 사업이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한 지 3년 만의 쾌거인 셈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한국해양연구원 ‘토종 연구원’ 이판묵 박사다.
[B]세계에서 4번째로 개발 성공[/B]
이 박사가 잠수정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5년 과학기술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한국해양연구원의 전신인 한국기계연구원에서 대체복무를 한 것이 인연이 됐다. 기계공학 중에서도 진동 분야를 전공한 그가 선박 진동 파트에 배치됐던 것이다.
“선박 건조 등에서 물 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서는 우리 기술이 최고 수준이지만, 수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연구는 없다시피 했어요. 빛이 200m 이상 투사하지 못하는 바닷속에서는 전파 통신이 불가능합니다. 빛도 전파도 없는 암흑세계에서 잠수정을 제어하는 것이 심해 잠수정 기술의 핵심이거든요. 제어공학의 모든 기술이 집약된 미개척 분야여서 매력이 있었어요.”
선박 진동 파트에서 일하며 시간을 쪼개 인근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제어분야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대체복무 기간인 5년이 훌쩍 지나갔다. 이 박사는 “토종 박사가 되려고 해서 된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 5년을 끝낸 뒤 정이 들어 떠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동료 연구원 가운데 유학파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국내파로서 부족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국제 학회만 나가도 해외 연구자들과 교류하고 정보를 얻는 데 충분합니다. 일부러 유학을 안 간 것이 아니라 필요를 못 느껴 안 나간 것이죠.”
이 박사는 유학 대신 그 시간을 해양 개발에 필수적인 수중로봇(ROV 및 AUV) 개발에 투자했다. 그 결과 그는 수중로봇 불모지인 국내 해양공학분야에 제어공학 및 로봇공학의 신기술을 접목해 해양 개발 시스템의 설계 개념을 정착시켰다는 평을 듣게 됐다. 명실공히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가 된 것이다.
“심해 잠수정 개발이 연구과제로 채택된 것은 불과 3년 전이지만 1987년 유인 잠수정 개발에 성공한 이후 무인 잠수정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 및 시스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이 분야 연구에 매달린 것이 벌써 15년이 넘은 셈이죠.”
이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해미래’의 제원은 길이 3.3m, 폭 1.8m, 높이 2.2m, 무게 3.2톤. 그리고 8.5㎞에 달하는 케이블의 무게는 8.5톤에 달한다. 로봇팔과 최첨단 센서를 장착해 심해에 묻혀 있는 각종 광물자원 개발과 해양생물 탐사 및 표본 채취도 가능하다.
[B]전 세계 바다의 98% 탐사 가능[/B]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수압이 1기압씩 증가하는 심해 탐사는 우주탐사만큼이나 어렵다. 1만m 바닷속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000기압을 견딜 수 있는 잠수정을 만들어야 한다. 각종 장비의 방수를 위해 장비 안쪽과 바깥쪽 수압을 동등하게 해 주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1,000기압이면 새끼손톱만 한 면적을 승용차 한 대가 누르는 압력과 비슷합니다. 잠수정 성능실험을 위해서는 심해 환경과 똑같이 만들어진 실험실이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런 실험실이 없어 일본까지 가서 실험해야만 했습니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 연구소에 가서 직접 실험하며 일본의 앞선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은 기회였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는 2003년 연결선이 끊기면서 심해로 가라앉은 1만1,000m급 심해 잠수정인 ‘가이코’를 개발한 연구소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원이 모인 곳입니다. 상당히 배타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호의적이었습니다. 특히 ‘가이코’를 직접 개발한 아오키 박사는 가이코 개발 과정은 물론 왜 연결선이 끊겼는지 실패 원인까지 솔직히 말해 줄 정도로 호의적이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오키 박사의 충고가 '해미래'설계에 상당부분 반영됐다.
"지금까지 우리 기술로 동해 탐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때문에 미국이 가지고 있는 동해에 관한 정보가 정작 우리한테는 없는 실정이죠. ‘해미래’는 동해부터 시작해 미래의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심해저 지하자원과 생태계 탐사를 벌여 나가게 될 것입니다."
[RIGHT]오효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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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