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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6,original,left[/SET_IMAGE]"개발도상국에서는 설사병으로 매년 300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망합니다. 백신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 개도국에까지 혜택이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폐렴·뇌수막염·일본뇌염·뎅기열 등 선진국이라면 별문제가 없을 전염병으로 인해개도국과 후진국에서는 매년 5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IVI)는 이 같은 선진국과 후진국의 백신 격차를 줄이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 존 클레멘스(56) 소장의 말이다. 서울대 후문 관악산 기슭에 자리 잡은 국제백신연구소는 국내에 본부를 둔 유일한 국제기구로 1994년 싱가포르·중국 등 경쟁국을 물리치고 유치했다. 설립 초기에는 자금난을 겪으며 연구진과 연구 시설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0년과 2003년 빌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9,500만 달러를 지원받은 데 이어 현재 록펠러 재단·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의 후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리 정부로부터 시험용 백신을 생산하는 백신공장 등 첨단 실험실과 장비가 갖춰진 서울대 연구공원 내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 건물을 제공받아 힘을 얻고 있다. 애초 12명의 과학자가 연 150만 달러의 연구자금을 지원받는 소규모 연구소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98명의 과학자가 연 1,500만 달러(약 165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는 국제적 연구소로 성장했다.
외형적으로 10배가 넘는 규모로 발전한 연구소는 내실도 단단해졌다. 아시아 빈곤층 공중보건을 위한 신종 뎅기열 백신 개발, 신종 장관독원성대장균 백신 효능 평가, 개발도상국에서 사용되는 백신의 안전도 평가를 위한 시스템 개발 등 연구성과들이 잇따라 나왔다.
백신연구소가 이렇게 조기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데는 존 클레멘스 소장의 추진력을 빼놓을 수 없다. 개도국 백신 평가에 관한 세계적 전문가로 손꼽히는 그는 1999년 초대 소장으로 부임한 이래 6년째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초대 소장으로서 국제백신연구소를 6년째 이끌어 오셨는데, 소회가 남다르겠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의 성장과 함께한 지난 6년은 개인적으로 굉장한 기회였습니다. 연구와 기술 지원을 통해 선진국과 개도국 의 백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설립된 국제백신연구소는 국제기구로서 개도국용 백신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유일한 연구소입니다. 이러한 조직을 이끈다는 것은 직업적으로도 최고의 영광입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한국에 본부를 둔 유일한 국제기구이지만, 이를 아는 한국인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가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생명공학의 발전 덕분에 각종 질병에 대한 백신이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또 기존 백신의 성능도 개선되고 있고요. 하지만 이러한 백신 개발의 혜택을 부유한 국가의 국민만 받고, 후진국과 개도국 국민은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백신의 가격이 비싼 것도 원인이지만, 민간 백신 개발 회사들이 후진국이나 개도국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백신 개발에 무관심한 탓도 있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발생하는 격차를 인정하고, 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입니다.”
[SET_IMAGE]3,original,center[/SET_IMAGE]-지난 6년 동안 연구소가 벌인 주요 성과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국제백신연구소가 전 세계를 무대로 벌이는 활동은 광범위하지만 대부분 개도국에 맞춰져 있습니다. 아시아·아프리카 21개국에 연구원을 파견, 이들 지역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의 종류와 원인, 감염 경로 등을 조사해 긴급히 지원해야 할 백신이 무엇인지, 지역 주민에게 신종 백신을 보급했을 때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조사합니다. 뿐만 아니라 신종 백신 보급에 필요한 비용을 산출하기 위해 경제적 조사를 실시하고, 이미 개발된 백신의 보급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즉, 연구소는 단지 신종 백신 개발 업무 외에 새로 개발한 백신 보급을 위한 경제·사회적 연구까지 수행합니다. 연구소는 이 같은 의학적·사회과학적 조사를 토대로 현재 설사병·폐렴·뇌수막염·일본뇌염·뎅기열 백신 등을 개발 보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B]국가별 ‘백신 격차’ 해소가 설립 목적 [/B]
-국제백신연구소 본부가 한국에 설립된 데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1990년대 초반 유엔개발계획(UNDP)이 국제백신연구소 설립을 결정했을 때 본부를 환태평양 지역 국가 중 하나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지역에는 한국·싱가포르 등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국가와 인도네시아·인도처럼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가가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유엔은 중국·싱가포르 등 6개 본부 유치 신청 국가 중 한국을 선택했습니다. 한국이 높은 수준의 생명공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한국의 최고 대학인 서울대 캠퍼스 내에 국제백신연구소를 유치하겠다고 제안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연구소가 대학 캠퍼스 안에 위치하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국제백신연구소를 유치함으로써 한국 과학자들은 세계적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국제백신연구소는 서울대·연세대 등과 공동 연구를 수행합니다.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각종 장학금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유명 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한국을 국제 백신 연구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히셨는데, 구체적 복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의 백신 연구는 이미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백신연구소는 서울대·포항공대·연세대 등 대학의 교수, 생명공학연구원·질병관리본부 등과 다양한 협력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북한과의 협력사업을 UNDP 및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함께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행 경과를 말씀해 주십시오.
“아직 논의 단계에 있습니다. 우리는 매우 적극적으로 북한과 함께 일하고 싶지만, 논의 과정이 매우 천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점은 주로 형식상의 문제들입니다.”
-현재 북한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얼마나 우려할 만한 일인가요?
“북한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조류독감이 퍼져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조류독감은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사망률이 80%에 달하는 치명적 바이러스입니다. 현재로서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되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지만, 이 바이러스가 지리적으로나 시간상으로 더 많이 노출될수록 더 많은 돌연변이 기회를 얻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 바이러스와 재결합하면 커다란 재앙이 될 것입니다. 물론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류독감 백신 개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불행히 전 세계 인구가 사용하기에는 백신이 턱없이 부족해 개도국에서는 충분한 백신 확보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의 노력으로 바이러스나 세균을 정복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바이러스를 정복한다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닙니다. 인류는 영원히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함께 균형을 이루며 살아갈 것입니다.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인간 관계의 균형이 잘 이루어진 예입니다. 조류독감은 그 균형이 깨진 경우라고 볼 수 있죠. 인류는 많은 백신을 개발해 질병을 관리하고 있지만, 영원히 질병과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천연두·소아마비·홍역 등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B]“결핵 퇴치 및 북한과 협력 진전에 노력”[/B]
-다양한 프로젝트 중 역점사업은 어떤 것입니까?
“결핵은 인류가 직면한 대표적 질병입니다. 한국에서도 아직 문제가 되고 있고, 북한에서는 두말할 나위 없고요. 다양한 질병 퇴치를 위해서도 노력하겠지만, 특히 결핵 퇴치에 노력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또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주로 모잠비크에서 연구를 수행하는데, 앞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더 많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북한에서도 하루빨리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백신 연구 전문가로서 향후 백신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우리는 다양한 백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초기 수준의 백신입니다. 초기 수준이란 백신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그 백신이 인간의 몸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모르는 단계라는 말입니다. 백신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과학이기 때문에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필수적입니다. 동물실험에서는 제대로 작동하던 백신이 인간의 몸속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개도국, 특히 인구가 많지 않은 개도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과거 많은 백신 개발업체가 값싸게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 주로 개도국에서 백신 테스트를 했습니다. 때문에 자국 국민을 마치 기니피그(쥐와 비슷한 실험용 동물)처럼 임상시험에 이용하는 백신업체에 대한 반감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한국·미국 등 선진국 국민에게는 효과적으로 작용한 백신이 개도국에서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전적 문제일 수 있고, 개도국 국민이 더 많은 공기전염에 노출돼 있기 때문일 수도 있죠.
어쨌거나 선진국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백신이라고 해도 개도국에 직접 도입할 수는 없습니다. 개도국에 안전한 백신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서 직접 임상시험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조금씩 우리의 백신 테스트를 반기는 나라가 늘고 있습니다. 우리의 프로그램을 통하는 것이 유일하게 백신을 얻을 수 있는 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현재 보유한 백신 기술이 실제로 인간의 몸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밝힐 수 있었으면 합니다.” [RIGHT]오효림 기자[/RIGHT]
<<존 클레멘스 국제백신연구소 소장은?>>
개도국 누비며 전염병 연구 30년
[SET_IMAGE]5,original,right[/SET_IMAGE]존 클레멘스 소장은 예일대 의대 재학 중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한 병원에서 1년간 봉사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돼 개발도상국 백신 평가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당시 이 길을 선택한 데 대해 “미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감염성 질환으로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의대 졸업 후 그는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아시아 지역 전염병·백신 책임자로 일했으며, 1983년부터 5년 동안 방글라데시의 국제설사병연구소에서 근무할 때는 방글라데시·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여러 아시아 국가를 돌며 백신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후 세계보건기구 개도국 백신임상평가센터 소장을 역임한 그는 1999년 7월 국제백신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선임돼 서울에 왔고, 지난해 7월 연임됐다. 현재 존스홉킨스대 겸임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