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 | 기모란
코로나19 국내 상황이 나아지면서 정부가 5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하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4월 22일과 24일 내놓은 ‘생활 속 거리두기’ 기본 지침(초안, 이하 지침)에 따르면 생활 속 거리두기는 “코로나19 장기 유행에 대비해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보장하면서, 코로나19 유행 차단을 위한 감염 예방 및 차단 활동이 함께 조화되도록 전개하는 생활 습관과 사회구조 개선”을 뜻한다. 생활 속 거리두기의 핵심은 뭘까.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국민이 더 주의해야 할 점은 뭘까.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에게 물어봤다. 기 교수는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전문위원회 위원장이자 보건복지부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론 못 돌아가… 완전히 다른 습관 생활화해야
-생활 속 거리두기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잘 알려진 것처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은 후속 조치다. 그동안은 행사·모임 등을 비롯해 외출을 자제하고,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게 주요 지침이었다. 이젠 우리가 누리던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해나가면서 감염을 예방하는 체계로 전환해보자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의 핵심은 뭔가?
=외출을 하고,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등을 할 수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 습관에 익숙해져야 한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멈췄다고 해도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디엔가 진단받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대적으로 사람 간 접촉이 많아지는 여름이 지나고,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겨울이 왔을 때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바이러스는 보통 서늘하고 추울 때 더 많이 생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이 추워지면 감기, 독감에 걸린 이들도 많아지는데 코로나19 증상과 구분이 어려워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모두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생활 습관과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계속 외출을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우리가 목표한 대로 코로나19 확진자 수도 많이 줄었으니 일상생활을 조금씩 시작해야 한다. 한데 자칫 방심하면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만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기본 위생 수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식사할 때도 정말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면 실내보단 실외 활동을 지향하고, 가족 외엔 되도록 사람 간 접촉을 줄이며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나 싶다.
‘아프면 3~4일 쉬는’ 문화 자리 잡길
-특히 더 우려되는 상황이나 장소가 있나?
=한창 바이러스가 퍼질 때 종교시설이나 체육시설, 학원, 유흥시설 등에서 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게 됐다. 이런 시설들에 대한 제재가 없어지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까 걱정스럽긴 하다. 관련 시설 운영자뿐 아니라 이용자 모두 지침을 잘 살펴보고 지켜야 한다.
-‘공중화장실 변기 뚜껑 닫고 물 내리기’ 등의 지침도 있던데 야외 활동이 많은 계절이라 이런 부분에 더 주목하게 된다.
=이는 원래 기본적인 수칙이기도 하다. 꼭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일반적으로 대소변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는 대변에서도 상당히 오랜 시간 생존하는 걸로 알려졌는데 변기 뚜껑을 연 채로 물을 내리면 바이러스가 에어로졸처럼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 그래서 물을 내린 다음 항상 뚜껑을 덮어야 한다. 최근 공중화장실 중에 변기 뚜껑을 없앤 곳도 있던데 그런 경우 다시 뚜껑을 달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침 가운데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등은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이 부분을 두고 가장 지키기 어려운 항목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본인이 지키겠다고 해서 지킬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사업주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인력이 갑자기 빠졌을 때 대체 인력을 뽑아 훈련해서 업무가 차질 없이 돌아가게 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칙을 잘 지키는 기업에는 인센티브(혜택·보상)를, 어기는 기업엔 페널티(제재·불이익)를 주는 등 정책적 지원을 병행하지 않으면 지켜지기 힘들 수 있다. ‘아프면 잠시 쉬어 가는’ 문화를 어떻게 시작하고 확산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 이후 가장 바뀌었으면 하는 점이 ‘아프면 쉰다’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는 거다. 이것만 잘 지켜도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감염병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거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외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지침에 따르면 이제 야외에선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건가?
=사람들이 적당히 거리를 두고 대화하거나 밀접 접촉을 피하고 각자 떨어져서 걷는다면 야외에선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침방울이 튈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정 거리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정부가 5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밝힌 5월 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책 읽는 동상의 마스크를 어린이들이 벗기고 있다. | 한겨레
혹시 모를 유행 대비, 재택근무 시스템 등 구축해야
-사람들 사이에선 가을·겨울께 2차 대유행이 오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던데.
=앞서 말한 것처럼 기온이 내려가는 계절에는 더 조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2~4월 한참 혼란스러운 와중에 온라인 회의 시스템이나 재택근무를 시도한 회사들은 이를 잠깐 하고 말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혹시라도 9월에 코로나19 유행이 다시 오면 ‘스위치 온’ 해서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까지 정부에서 구체적인 지침을 내놨고, 이에 국민도 많이 협조했다. 여러모로 우리나라 사례가 선도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늘 앞서나가는 사람이 힘들게 마련인데 우린 그동안 계속 ‘따르는 사람(팔로워)’ 입장이었다. 다른 이들의 대응을 보고 우리 실정에 맞춰 시도했는데, 이번 코로나19는 모두 처음 겪는 일이라 우리가 다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우리나라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할 때와 비슷한 상황의 유럽에선 우리보다 훨씬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외국 여러 나라들이 한참 터널 안에 있는 상황이라면 우린 이미 터널을 빠져나와 한참 더 갔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00일이 넘었다. 지금까지 대응을 어떻게 보나?
=현상으로 볼 때 잘 해왔다. 중요한 건 해외 상황과 상대평가만 하지 말고, 우리 수준에 대해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부족한 게 뭔지, 잘 못하고 있는 것은 뭔지 등을 살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대응하는 기관이고, 이와 별도로 신종 감염병에 대해 연구·분석·평가 등을 담당하는 전문 기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우리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어 코로나19 대응을 이 정도로 잘 해낼 수 있었다고 본다. 그때 경험으로 여러 가지 시스템을 개선하고 바꾸는 데 국민적 합의가 됐고, 실제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다. 유럽이나 미국 역시 이번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중보건 시스템, 전문 인력 확충 등 여러 면에서 큰 변화를 줄 거다. 반대로 우리는 이번 경험을 통해 ‘이 정도로 잘하고 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럴 때 자칫 다시 뒤처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