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호 산림청장이 4월 26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서 산불 진화 지휘를 하고 있다.│산림청
5월 1일 강원도 고성의 한 주택에서 시작된 화재가 돌풍을 만나 대형 산불로 번졌으나 큰 피해 없이 하루 만에 진화됐다. 산림청과 소방청의 신속한 대응 시스템과 주민들의 협력 그리고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헌신적 대처가 큰 역할을 했다.
직접 산을 타고 올라가 진화에 나선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활약이 없었다면 조기 진화는 힘들었을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5월 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성 지역 산불 진화에 대해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정규직화에 따라 산불 진화 인력의 전문성이 높아진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박종호 산림청장을 만나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역할과 산림청의 산불 방지 노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유관기관과 협조 산불 피해 최소화 노력
-2월부터 5월까지 산불 조심 기간이다. 올봄 산불 상황은 어떤가.
=2020년 5월 3일 기준으로 전국에 산불 438건이 일어났고 산림 1288㏊의 피해를 입었다. 2019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6%가 줄었고 피해 면적은 40% 감소했다. 산불이 꾸준히 발생하지만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공조, 한발 빠른 초기 대응으로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10년(2010~2019년)을 놓고 보면 매년 평균 440건의 산불로 산림 857ha가 소실됐다. 시기적으로 봄철(2~5월)에 집중되며 원인은 입산자 실화(150건, 34%)와 소각 산불(132건, 30%)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대형 산불은 최근 10년간 총 13건이 일어났고, 2017년부터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입산자 실화, 쓰레기 소각 등 인위적인 원인이 대부분(8건)이지만 2019년 강원도 고성 대형 산불의 원인처럼 ‘개폐기 내 스파크’ 등 새로운 유형으로도 발생하고 있다.
-2020년 5월 고성 산불은 화재가 났을 때 2019년 강원도 산불만큼 큰 피해가 날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불길을 빨리 잡았다.
=고성 산불은 5월 1일 20시 10분경 발생해 11시간 50분 만에 진화됐고, 산림 85ha와 건물 여섯 동의 피해를 남겼다. 2019년 4월 4일 고성·속초 산불과 비교했을 때 발생 위치와 진화 시간(13시간)은 비슷하나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완료됐다. 2020년 산불 피해지는 대부분 활엽수림으로 산불 확산이 침엽수림에 비해 빠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야간에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 지상 인력으로 총력 대응해 헬기 투입 전까지 60% 정도 진화하고, 일출과 동시에 산림청, 군, 지자체 등 가용 헬기 39대를 동원해 진화를 마쳤다. 또 주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소방의 신속한 출동 등 유관 기관의 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판단된다.

▶4월 26일 안동시 산불 현장에 출동한 산림청의 초대형 헬기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정규직 전환 전문성 강화
-이번 고성 산불에선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산림항공본부의 역할이 컸다.
=산불재난 주관기관은 산림청으로, 산불이 났을 때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산림항공본부가 각각 지상 진화와 공중 진화 임무를 수행한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5개 지방산림청에 총 435명이 배치되어 야간·광역 단위 산불에 대응하며, 지상에서 산불이 확산되는 불머리에 맞닥뜨려 진화하거나 험준한 산악지역에 투입되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산림청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160명을 2020년도에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향후 연차적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수당 지급 등 처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항공본부는 원주 본부와 11개 항공관리소에서 총 48대의 산불진화 헬기로 고압선이나 연기 등 극도의 위험 상황에서 산불진화 임무를 하고 있다. 특히 4월 안동시 대형 산불 상황에 수리온 헬기(2018년 5월 도입)로 야간 산불 진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최근 산림청의 산불 대응 시스템이 호평을 받고 있는데 소개를 해준다면?
=2019년 동해안 산불을 교훈으로 유관기관 및 전문가 회의 등 평가·분석을 통해 2020년도 산불 대응 시스템을 마련했다.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의 시간대별 산불 확산 정보를 활용해 신속한 주민 대피와 재산 피해를 예방하고 산불 현장 지휘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 정보를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유관기관과 공유해 진화자원 배치 등 진화대책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또 스마트 폐회로텔레비전(CCTV), 드론, 열화상 카메라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산불 감시를 추진하고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향후 대형 산불 위험지역에 차별화된 산림관리와 인력 중심에서 ICT 등 신기술을 접목한 산불 예방으로 전환하고 전력설비, 비무장지대(DMZ) 산불 등 새로운 유형의 산불에 대비하며, 지역공동체와 함께하는 산불 대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2020년부터는 산불 대책을 차별화해 2000년대 이후 대형 산불이 발생되고 있는 동해안 지역과 그 외 지역으로 구분해서 피해가 큰 대형 산불 예방 및 진화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다. 2019년 동해안 대형 산불 이후 도입된 초대형 헬기 2대를 강릉·원주 지역에 배치,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집중 배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도심의 숲이 주목받고 있다. 산림청의 미세먼지 대응책에는 어떤 것이 있나.
=국민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미세먼지 문제를 범정부적으로 반드시 해결하려고 한다. 산림청은 국민 수요 조사를 통해 신규 사업으로 발굴한 도시 바람길 숲과 미세먼지 차단숲을 조성하고 있다. 도시 바람길 숲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시에서 추진한 사례를 벤치마킹한 정책으로 도심의 정체된 오염과 미세먼지를 해소하는 숲이다. 미세먼지 차단숲은 산업단지, 화력발전소 등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주변에 숲을 조성해 이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런 도시숲을 통해 미세먼지를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지만,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0%는 저감할 수 있다. 도시숲과는 별도로 도시 외곽에 미세먼지에 강하고 흡착, 흡수 효과가 좋은 수종을 선정해 나무 심기와 숲 가꾸기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미세먼지 대응책의 하나로 도심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실외 정원, 공공시설 안 실내 정원 등도 조성해나가겠다.
코로나19 산림대책단 꾸려 적극 대응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산림 분야의 대응 및 지원 방안이 궁금하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로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임업인과 ‘마음의 거리’는 더욱 좁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3월 3일 ‘코로나19 대응 산림대책단’을 구성해 지금까지 매주 비상한 각오로 대책단 회의를 해오고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정 조기집행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으며, 임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산림청 홍보물은 임산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비대면 온라인 판매에도 주력하고 있다.
전국 산림 분야 다중이용시설(자연휴양림, 치유원, 숲체원 등)에 대한 개방 결정에 따라 방역 조치 등을 완료하고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코로나19 대응에 최선을 다한 의료진과 공직자, 시민을 위한 숲치유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2020년 최우선으로 처리할 산림청의 과제는 무엇인가.
=정부 국정과제가 국민에게 삶의 질을 높이는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면서 그 속에서 임업 발전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경영하면서 임업이 발전하고 임업인의 소득을 높이려면 경제림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는 85%의 목재를 수입에 의존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경제 수종으로서 갱신과 숲 가꾸기 등의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산림을 통한 좋은 일자리 마련을 위해 2만 5000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정부재정 일자리에만 의존하지 않으려고 전국에 산림 일자리 발전소를 운영해 주민 사업체 발굴이라든지 공동체 중심의 산림사업 육성에도 계속 힘쓴다.
-구체적인 일자리 창출 계획은 무엇인가.
=산림청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2만 5000개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500개는 신규 일자리다. 먼저 공공 분야에서는 산불·산사태 산림재해 분야 인력 확충과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산림복지·휴양시설, 국가수목원 운영인력 채용, 그리고 취약계층을 위한 재정지원 직접 일자리 사업이 있다. 민간 분야에서는 생활형 산림 사회간접자본(SOC) 등 산림 인프라 및 숲 가꾸기 사업을 확대해 산림 분야 종사자에게 고용 기회를 늘리고 나무 의사, 목재교육 전문가, 산림레포츠 지도사 등 산림서비스 수요에 필요한 전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산불 현장에서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불을 끄고 있다.│산림청
임업 분야 등 2만 5000개 일자리 창출
-우리나라 기후변화에 산림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함께 황폐된 산림을 푸르게 만드는 데 성공한,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산에 나무가 얼마나 있는가 하는 지표가 임목 축적인데 60년 전 10㎥/ha에서 현재는 150㎥/ha로 15배 확대됐다. 따라서 산림청은 우리나라가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해 이산화탄소도 많이 배출했지만 울창하게 가꾼 숲을 통해 많이 흡수하는 성과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협상전략에 잘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파리협정에 맞춰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라 국가 감축 목표 3억 1500만 톤의 7%인 2200만 톤을 산림에서 담당할 계획이다. 숲에 나무를 심고 가꾸기를 통해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 능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와 함께 목제품 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 이용 증진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숲은 정말 소중한 존재다. 산림청장이 생각하는 숲은 어떤 것인가.
=숲은 ‘인간의 삶’ 자체라고 생각한다. 인류사 측면에서 보면 원시시대부터 숲에서 태어나고 성장해 진화해온 것이 오늘날 인류의 모습이다. 매일 숨 쉬는 산소를 만들어내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며 나무 책상, 종이, 화장지 등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품도 숲에서 나온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많은 변화가 있더라도 숲이 없는 인류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삶 자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국민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산림정책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많은 주장이 있다. 산림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지금부터 100년 전 미국 초대 산림청장 지퍼드 핀초가 말한 “최대 다수의 인간이 가장 오랜 기간 산림의 혜택을 공유하는 것”이다. 앞으로 산림청에서는 더 많은 국민이 산림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사람 중심의 산림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니 우리 산과 숲 많이 사랑해주시기 바란다.
강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