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영원함을 추구할 때 생각을 돌에 새긴다. 석질이 단단해서 다루기 어려운 화강암에 새기는 부처를 ‘갈 마(磨)’ 자와 ‘언덕 애(崖)’ 자를 써서 마애불(磨崖佛)이라고 한다. 바다가 육지로 휘어 물이 들어오는 내포(內浦) 지역인 태안반도에는 유난히 석불과 마애불이 많다. 고대부터 대륙과 활발한 교류를 해오던 주요 해상 교통로였던 탓에 안전한 바닷길을 염원하는 마음을 돌에 새겼을 것이다.
그중 충남 서산시 용현리의 마애여래삼존상(磨崖如來三尊像)은 오묘하고 아름다운 미소가 독보적이다. 6세기 말이나 7세기 초에 만든 것으로 백제 석공의 정교한 기술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힌다.
2.8m 높이의 본존 불상 여래(如來)가 중생을 내려다보고 있는 가운데 왼쪽에는 과거를 상징하는 제화갈라보살(提和竭羅菩薩)입상이 보배구슬을 들고 있고 오른쪽에는 미래의 부처 미륵반가사유상이 익살스러운 자세로 앉아 있다.
바위에 그림을 그린 듯 부드럽고 우아한 옷의 주름까지 생생한 마애여래삼존상은 해가 비치는 각도에 따라서 미소가 다르게 보인다. 불상이 위치한 방향은 계곡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등지고 있고 불상 위로 돌출된 바위가 빗방울을 막아준 덕분에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연꽃잎을 새긴 대좌 위에 서 있는 여래입상은 자비로운 미소와 함께 다섯 손가락을 펴 손바닥을 내보이는 시무외인(施無畏印·중생의 근심과 두려움을 없애준다는 의미)으로 중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두려워하지 마라.”
강형원
1963년 한국에서 태어나 197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했다. UCLA를 졸업한 뒤 LA타임스, AP통신, 백악관 사진부, 로이터통신 등에서 33년간 사진기자로 근무했고 언론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퓰리처상을 2회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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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